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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이야기

에미 뇌터, 그녀의 좌표

by 세로북스 2022. 2. 24.

국내에서 처음으로 에미 뇌터 전기가 출간되었습니다. 때마침 2022년은 수학자 에미 뇌터가 탄생한 지 14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아인슈타인이 '수학의 천재'라고 칭송한 에미 뇌터는 어떤 인물일까요?

 

2015년 3월 23일 에미 뇌터 탄생 133주년을 기념한 구글 두들

2015323일 구글은 에미 뇌터 탄생 133주년을 기념하는 두들(Doodle)을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두들 속 여성을 마리 퀴리로 잘못 알았죠. 노벨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마리 퀴리는 여성 과학자 중 가장(아니, 어쩌면 유일하게) 널리 알려진 인물일 것입니다. 그에 반해 에미 뇌터는 남긴 업적에 비해 가장 명성을 얻지 못한 과학자입니다.

저자는 아마도 수학계에 노벨상이 있었다면 적어도 그녀가 한두 번은 수상했을 거고, 지금은 마리 퀴리만큼이나 유명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에미 뇌터는 그런 명예를 얻지 못했다며 아쉬워합니다.

잘 알려져 있듯이 노벨상은 수학 분야에는 수여하지 않습니다. 수학계에서 노벨상에 견줄 만한 상으로는 필즈상과 아벨상이 있습니다. 그러나 2002년에 제정되어 2003년 첫 수상자를 발표한 아벨상은 물론이고, 4년마다 열리는 국제수학자대회(ICM)에서 1936년부터 수여하기 시작한 필즈상도 에미 뇌터는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녀는 193553세의 나이에 암으로 사망했기 때문이죠. 첫 필즈상이 수여되기 4년 전인 1932년 국제수학자대회에서 에미 뇌터가 기조강연을 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쉬움 가득한 저자의 글이 과장만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53세의 이른 나이에 그녀가 암으로 사망하자 아인슈타인은 <<뉴욕타임스>>에 장문의 추모 글을 싣고 뇌터 여사는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창의적인 여성 수학자였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이 책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간되는 에미 뇌터 전기입니다. 그동안 몇몇 책에 그녀의 이야기가 일부 소개된 적은 있지만 그녀의 이름을 단 전기는 없었어요. 20223, 탄생 140주년에 출간되는 이 책을 통해 에미 뇌터의 이름과 삶이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고, 업적에 합당한 명성을 얻게 되면 좋겠습니다.

 

스페인의 수학과 교수로 과학 프로그램 진행자이기도 한 저자는, 학문적 엄격함을 견지하면서도 섬세하고 문학적인 필치로 에미 뇌터의 삶을 한 편의 소설처럼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그려냅니다. 한글판은 스페인 전문 번역가 김유경 선생님이 저자의 문체를 살려 세심하게 번역하였고, 이화여대 물리학과 김찬주 교수님이 내용 감수를, 경남대 수학교육과 박부성 교수님이 수학 용어를 감수해 주셨습니다.  

 

이 책은 에미 뇌터를 중심으로 살펴보는 수학사의 허스토리이기도 합니다. 역사상 처음으로 자신의 저술에 서명한 엔헤두안나에서부터 2014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필즈상을 수상한 마리암 미르자하니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남성이 주도해 온 수학계에서 고군분투하며 분명한 자취를 남긴 여성 수학자들의 이야기는 인류가 어떻게 편견과 차별을 극복해 왔으며 현재 우리가 어디쯤 서 있는지를 돌아보게 합니다.

 

[추천의 글 중에서]

그녀는 어떤 물리 이론에 연속적인 대칭성이 있으면 그에 해당하는 보존 법칙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이는 오늘날 현대 물리학 이론의 기본 철학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는 불멸의 성과이자, 저를 포함하여 모든 이론물리학자의 사유 방식을 결정지은 업적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그녀를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책은 출판된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차별과 무시의 삶이 사후에도 이어지는 것이 아닌지, 저는 때때로 안타까웠습니다. 제 수업에서 그녀의 업적을 소개한 뒤 아인슈타인이 쓴 부고 번역을 숙제로 내 주곤 했던 것도, 적어도 학생들에게만은 이런 부당함을 알리고 싶어서였습니다.  에미 뇌터를 중심으로 여러 여성 수학자의 삶과 업적을 돌아보는 일은, 단순히 수학사에서 여성의 역할을 복원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이들의 빛나는 삶과 극복의 이야기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에게 위안이 되고 큰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_김찬주(이화여자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에미 뇌터, 그녀의 좌표는 '어나더 사이언티스트' 시리즈의 첫 권입니다.

'어나더 사이언티스트'는 도서출판 세로의 새로운 과학자 시리즈입니다.

-과학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내에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과학자, 과학 문화 및 제도 등 다양한 측면에서 과학 발전에 기여한 인물들, 자신만의 방식으로 과학자의 길을 걷고 있는 지금 여기의 과학자들을 소개합니다.

-과학자의 삶을 일상생활에서 오려 내 업적 중심으로 매끈하게 다듬어 보여 주기보다, 구체적인 시공간을 살았던 한 인간으로서 과학자의 모습을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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